"제 2회 구미 미식회, 1일차"

'15년 7월 제 1회 구미 미식회 이후 약 반년이 흘렀다. 최초에 분기별 모임을 계획 했었으나, 각자의 사정 때문에 이루어 지지 못했고 결국 새해가 밝고 나서야 모일 수 있었다. 아마 이번 모임 후에도 당분간은 모이기 힘들어 올해 말이나 제 3회 모임이 이루어질 걸로 예상한다. 하지만 미래의 일은 그때 생각하고 우선은 2박 3일간 먹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역시나 제철 재료 위주로 내가 식단을 짜고 손질 및 조리까지 맡아서 했다. 


▲ 식재료들


금요일 퇴근 후 집에 오니 주문한 식재료들이 거의 다 도착했다. 먹을게 많이 와서 기분이 좋긴한데 손질할 생각을 하니 갑갑하기도 하다. 그래도 다른 녀석들이 도착하기 전에 밑 준비를 마무리 해야하니 얼른 시작해야 한다. 옷도 갈아 입지 않고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 참치 해동


제철 재료는 아니지만.. 아니 애초에 어차피 냉동이라 제철의 의미가 별로 없는 참다랑어 뱃살쪽 블록을 하나 샀다. 기존 예상보다 너무 오랜만에 모였기 때문에 비싼 재료 하나 정도는 먹자는 취지 였다. 얼어있는 참치를 소금물에 해동한다. 살짝 구부러 질 정도가 되면 적당하다.




▲ 참치 손질


껍질 및 식감에 방해가 되는 막들을 다 제거하고 3등분으로 썰어낸다. 순서대로 배꼽살, 대뱃살, 중뱃살이 된다. 손질하면서 살짝 떨어진 한점을 집어 먹어보니 오늘 저녁이 기대가 된다.


▲ 반건조 대구와 광어


대구와 광어가 제철이다. 대구도 생물로 주문을 할까 했지만 손질할 게 너무 많아 반건조로 주문을 했다. 하지만 반건조 생선 특유의 꼬릿한 숙성의 맛과 대구회도 맛볼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 광어


광어는 3kg 이상 급을 구할려고 했으나 바다 사정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2.5kg 짜리로 구했다. 이정도도 충분히 먹을게 많다. 




▲ 광어 손질


우선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물기를 정성껏 닦아 준다. 그리고는 회칼(사시미)을 이용해 지느러미 양쪽에 칼집을 넣어준다. 유안부, 무안부 모두 똑같이 4군데에 칼집을 넣고 시작하는게 편하다. 그리고는 생선칼(데바)을 이용해서 뼈와 살을 분리(오로시)한다. 






▲ 광어 탈피


석장 뜨기를 한뒤에 중간의 지아이를 제거하고 지느러미살을 분리하면 총 8개의 광어 포가 나온다. 하나씩 정성 들여 껍질을 벗겨주자. 아직 껍질 벗기는 건 많이 어렵다. 하긴 이제 광어 회 3번 떠봤는데 벌써 쉬우면 안되지. 그래도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안부쪽 껍질을 벗겼을때 껍질과 살 사이의 흰막이 제법 남아있다. 완벽히 남아있는 그날까지 연습해야한다.


▲ 첫날 메뉴


첫날 먹을 메뉴를 적어서 권줌마에게 칠판에 옮겨달라고 부탁 했더니 혼자 앉아 한참 시간을 투자한 결과물. 밑 준비 하는 동안 쉬고 있으랬더니 심심했나 보다. 



▲ 곤부지메(광어 다시마 절임)


광어 포 하나를 꺼내서 곤부지메를 만들어 두기로 했다. 숙성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둘째날 먹을 예정이다. 다시마에 청주를 뿌리고 광어에는 소금을 뿌린다음 다시마로 완전히 덮어서 김치 냉장고에 8시간 정도 숙성을 했다. 



▲ 홍게 손질


프리미업급 홍게도 조금 주문을 했다. 보통 홍게는 대게 먹을때 조금 끼워주거나 내륙지방에서 수족관에 오래 보관되어 있던것을 많이 먹다보니 짠맛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홍게는 맛 없는 게, 혹은 끼워주는 게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데 제철에 제대로 된 홍게는 대게 못지 않다. 


▲ 복순도가 손막걸리


이번에 식전주로 선택한 '복순도가'의 손막걸리다. 탄산이 강해 그 청량감이 샴페인과 비슷하다고 해서 한번 주문을 해 보았다. 이 막걸리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소개를 하도록 하겠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먹어보도록 하자.



▲ 리코타 치즈 샐러드


전날 만들어 둔 리코타 치즈에 레몬 드레싱(레몬 + 발사믹 + 올리브 오일)과 방울 토마토를 섞어서 냈다. 지난 번에 방문한 부산의 이태리 포차에서 먹었던 샐러드가 너무 마음에 들어 비슷하게 따라해본 건데 생각보다 더 맛있게 잘나왔다.


▲ 도토리묵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낸 도토리 묵이다. 어릴때 먹던 바로 그 맛. 전분이 많이 섞여 탱글거리면서 끊어지는 그런 묵이 아니다. 식전주 막걸리와 함께 하니 굉장히 잘 어울린다.


▲ 박재서 안동소주


그리고 메인 술은 거의 우리 공식 술 처럼 돼버린 박재성 명인의 안동소주로 준비했다. 



▲ 석화 회


반각굴(하프쉘)을 살짝 씻어 회로 낸다. 석화는 겉의 검은 띠가 짙고 굵은 게 좋다고 들어서 회로 먹는 것은 그런 녀석들로 특별히 엄선했다. 지금 완전 제철인 굴맛이 입맛을 확 당긴다. 




▲ 광어회


광어회를 폰즈소스와 함께 냈다. 물론 와사비와 간장은 기본이지만 폰즈에 찍어먹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살과 기름이 적당히 오른 광어 맛이 아주 좋다. 한점 먹자마자 야로뽕 왈 "그래, 역시 요즘은 광어가 젤 맛있다." 그 말 그대로다. 정말 맛있다.


▲ 조개 된장국


멸치 육수가 아닌 가쓰오부시 육수를 내서 가볍게 끓인 명주조개 된장국이다. 일식집에서 먹는 미소시루를 한국 된장으로 끓여낸 입가심 메뉴다. 조개에서 생각보다 짠맛이 너무 나와서 간이 강했던게 흠이다. 그래도 잘 먹어준 녀석들에게 감사를..




▲ 석화, 명주조개 찜


회를 먹었으니 찜 맛도 봐야 하지 않겠는가. 회랑은 또다른 식감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굴. 명주조개는 처음 먹어봤는데 맛은 좋지만 짠 맛이 너무 받친다. 탕같은 국물 요리 보다는 그냥 이렇게 찜으로 먹는게 낫다고 판단되는 재료다.





▲ 참다랑어와 대방어


참다랑어와 대방어를 준비했다.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다. 제철 대방어는 참다랑어 못지 않은 맛이라고들 하는데 한번도 한 순간에 비교를 해본 적이 없어 이벤트 성으로 준비한 메뉴다. 과연 제철 대방어는 참다랑어 만큼의 맛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 대방어 뱃살


▲ 대방어 배꼽살


▲ 대방어 가마살


참다랑어와 비교를 위해 가장 지방이 많은 3가지 부위를 준비했다. 여기까지 먹을때만 해도 역시 겨울은 대방어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대방어도 거의 시즌이 끝이니 아마 올해 마지막 대방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야로뽕과 딸랑구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오랜만에 삼촌들 가득 와서 신난 딸랑구 사진 투척. 무섭게 생긴 야로뽕과도 참 잘논다. 아.. 야로뽕이 잘 놀아주는 건가?


▲ 참다랑어 중뱃살


▲ 참다랑어 대뱃살


▲ 참다랑어 배꼽살


하 정말 기름진 참다랑어를 먹고 있자니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럽다. 너무나 느끼하다. 결국에 참치 vs 대방어의 대결은 만장일치로 참치의 승리로 돌아갔다. 제철 재료이자 냉동이 아니라는 장점을 제외하고는 맛이나 풍미, 지방의 함량 면에서 대방어는 참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 참치 대뱃살 타다끼


재료가 많으니 참다랑어 대뱃살로 타다끼를 해먹을 수 도 있다. 얼마나 기름이 많은지 토치로 열을 가하니 접시 가득 기름이 흘러 나온다. 안그래도 느끼한 참다랑어 뱃살이 열을 만나니 아주 요동을 친다. 



▲ 홍게찜


첫날 준비한 마지막 메인인 홍게를 쪄서 준비했다. 웬만한 대게 사이즈 보다는 큰 녀석들로 준비한 데다가 살이 가득차서 그런지 제법 먹을게 많다. 내가 홍게를 주문한다 했을때만 해도 의심 가득했던 녀석들이 맛을 보니 맛있다고 아주 흡입을 한다. 대게보다 더 단맛이 도는 살맛에 아주 반해버릴 정도 였다.


▲ 홍게 내장 볶음밥


밥이 먹고들 싶다는 주문에 의해 내장을 하나로 합쳐서 주방에 다시간다. 야채 좀 넣을까? 라고 물었더니 전부다 필요없다고 장만 가지고 만들어 달란다. 주문대로 해드려야지. 참기를 한 방울만 첨가하고 밥과 홍게 내장으로만 볶음밥을 만들었다. 겉면은 살짝 누룽지가 되게 만들었다.


▲ 꽁치젓갈


아파트 옆동으로 이사온 울릉도 동기가 저녁에 주고간 꽁치젓갈이다. 울릉도 사람들이 많이 먹는 젓갈인데 예전 한국인의 밥상에서 보고 항상 궁금했었다. 동기 덕분에 이런 것도 먹어보는 날이 오다니.



▲ 홍게 볶음밥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꽁치 젓갈, 파김치와 함께 먹으니 볶음밥이 더욱 맛있다.


▲ 석화와 꽁치젓갈


굴에도 올려 먹는다. 정말 별미다. 앞으로 석화 먹을때는 젓갈 한 종류씩 준비해야겠다.


▲ 딸랑구와 싸요


▲ 조섹과 쿄


다들 점점 정신줄을 놓아간다.


▲ 버터구이 쥐포와 꼴뚜기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후배가 준 쥐포와 꼴뚜기가 집에 남아있어서 버터 살짝 둘러 볶아내서 맥주 한잔으로 첫날을 마무리 한다. 


▲ 구미 미식회와 싸요


왼쪽부터 싸요, 조섹, 쿄, 야로뽕, 나, 딸랑구. 싸요는 이 모임의 멤버는 아니지만 놀러온다길래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먹을게 많아) 함께 먹기로 했다. 역시나 멤버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싸요 초대. 참 녀석도 타이밍 좋은게 이렇게 먹을게 많은날 뜬금없이 우리집이 놀러오고 싶었다니. 먹을 복이 있는 녀석이다. 


재료 공수 및 손질, 조리하는데 하루종일 서 있어서 다리에 피가 쏠려 많이 피곤했지만 다들 너무 잘 먹어주니 참 기분 좋은 하루 였다. 오랜만에 만나서 재밌는 얘기들도 많이하며 보내니 참 행복한 날이다. 좋은 사람, 좋은 음식, 좋은 술이 있는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 


To be continued...


http://sukzintro.net


- 끝 -

Posted by 불량식객 불량식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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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게 언제 알아볼낀고?

    2016.01.18 22: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