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맛집/구평동2015.04.15 07:00


상호 : 천생산 청정 미나리 2호점

전화 : 010-2780-7248

주소 : 구미시 천생산길 50


"미나리의 계절이 돌아오다"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기운을 북 돋아주는 새롭게 돋아나는 풀들이다. 그 중 특히나 좋아하는 건 그 특이한 향이 매력적인 미나리다. 구미에 살면서 좋은 점 하나는 미나리 철이 되면 굳이 청도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은 미나리를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거다. 


작년 이맘때 천생산 입구에 있는 "미나리 1호점"에서 먹었떤 미나리 삼겹살 맛을 잊지 못해 올해도 찾아가 보았다. 1호점은 비닐 하우스로 되어 있어 그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번에 가니 왠지 문이 닫혀있어 어쩔 수 없이 맞은편에 있는 2호점으로 들어갔다. 7호점까지인가 있는데 서로 다 상관이 없는 집이라고 한다.


▲ 간판, 그리고 함께 먹을 사람들


비닐 하우스로 만들어진 1호점 과는 달리 제법 번듯한 건물이다. 깔끔한 식당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쪽이 취향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호점의 외관이 훨씬 마음에 든다. 물론 여기도 다른 음식점에 비하면 그리 깔끔한 편도 아니다. 


▲ 가게 소개 현수막


미나리는 직접 재배한다고 한다. 가게 옆을 보면 비닐하우스가 이어져 있는데 아무래도 그 곳에서 재배한 미나리를 바로바로 내어 주는 걸로 보인다.


▲ 현금결제 안내 게시물


사실 이걸 보면서 조금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직접재배해서 판매하고 미나리 한철에만 장사하는 거랑 현금결제만 가능한 건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한철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 카드 수수료 따위 받기 싫다는 건가? 뭐 어쨋든 알고 있던 사실이라 미리 현금을 준비해 왔다.


▲ 메뉴판


삼겹살 1kg(30,000원)과 미나리 1kg(9,000원)를 주문한다. 삼겹살 100g으로 환산하니 100g당 3,000원이라는 아주 싼 가격이다. 이 정도면 거의 마트에서 사는 고기 가격이랑 비슷하다. 괜히 고기 상태가 안 좋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 삼겹살 1kg


진공 포장된 고기가 나왔는데 겉으로 봐도 상태가 좋다. 진공 포장이 되어 있으니 아마 자동적으로 습식숙성(Wet-Aging)이 조금 되지 않았을까? 오늘 저녁 밥상이 기대가 된다. 어른 3명에 아이 1명이라 양이 많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일단 잠시 접어두자.


▲ 김치


젓갈 듬뿍 쓴 완전 취향 저격의 김치는 아니지만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아삭 거리는 식감은 살아있고 적당한 산도가 고기와 아주 잘 어울린다. 젓갈이 많이 들어있지 않아 깔끔한 맛도 한몫 하고 있다.


▲ 미나리


미나리는 1kg를 주문하면 반으로 나눠서 테이블 양쪽 끝에 놓아준다. 손을 멀리 뻗지 않아도 되서 좋다. 미나리 양이 아주 많지만 남은 건 싸갈 수 있다.


▲ 쌈장


평소 보던 쌈장보다 색깔이 더 붉은 빛이 돈다. 미나리를 찍어 먹어도 좋지만 향을 가리므로 개인적으로는 미나리만 그냥 씹어 먹는다.


▲ 구워지는 고기


불판이 충분히 달궈지면 삼겹살을 듬뿍 올려주자. 돼지고기는 익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한번에 넉넉히 구워놔야 다음 고기가 익을때 까지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평소에는 안주거리 정도만 굽는 편이지만 이 날은 늦게 마친 관계로 배가 많이 고픈 상태다.


▲ 미나리 쌈


다 익은 고기를 미나리와 함께 먹는다. 삼겹살은 돼지고기 중에서도 아주 느끼한 부위지만 향긋하면서 쌉싸름한 미나리가 그 부분을 잘 잡아준다. 더욱 많은 양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


▲ 미나리 받침대


다 익은 고기가 타지 않게 미나리를 조금 올려서 고기 받침대를 만들어 준다. 미나리가 넉넉하므로 이런 사치를 부릴수도 있다.


▲ 김치도 조금 구워본다


돼지 기름이 불판을 물들이기 시작하면 언제나 권여사는 김치를 구워 달라는 주문을 넣는다. 불판이 더러워지고 고기가 쉽게 타므로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명을 받들어야 한다. 김치 그 자체의 맛을 즐기고 싶지만 역시 삼겹살에는 김치를 구워 먹어야 한다는 그녀의 확고한 고집을 이길 순 없다.


▲ 미나리 먹는 딸랑구


아빠가 쉬지도 않고 자꾸 미나리를 입에 넣어서 씹었기 때문일까? 처음에 먹지 않던 딸랑구도 미나리 하나를 잡고 씹기 시작한다. 송아지가 여물 먹는 모습처럼 입을 오물거리면서 씹어 나가는 게 제법 사랑스럽다. 하나를 다 먹더니 그 향긋한 매력에 빠졌는지 자꾸 달라고 한다. 고기도 아니고 미나리인데 마음껏 먹으라고 선심도 써본다. 


▲ 미나리 쌈


이번에는 김치와 마늘까지 올려서 쌈을 싸먹는다. 상추나 깻잎 같은 큰 쌈채소가 제공이 안되므로 풍부한 쌈을 싸먹기는 조금 어렵다. 하지만 미나리를 잘 말아서 공간을 확보하면 나름 그럴싸한 쌈을 쌀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손에 질질 흘리면서 먹어야지.


▲ 한번에 다 볶아지고 있는 식재료들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다른 테이블을 보니 우리는 너무 얌전하게 먹고 있었다. 재료 본연의 맛은 이미 충분히 맛 보았으니 우리도 이 가게의 분위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우선 삼겹살을 최대한 익히고 김치와 함께 볶다가 미나리는 마지막에 올려서 살짝만 볶아준다. 미나리의 식감과 향을 살리기 위해서다. 



▲ 김치 미나리 삼겹볶음 완성


이렇게 먹으니 딱히 쌈을 쌀 필요도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열을 받은 김치의 맛이 너무 강해져 다른 맛을 조금 죽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자극적인 맛이 또 한국 스러운 맛이 아니겠냐며 젓가락은 내맘과는 다르게 자꾸 입으로 밀어 넣는다.


▲ 마지막 고기와 함께


▲ 요리하는 송놀자의 뒷모습


왠만해선 고기 먹을때 집게와 가위를 남한테 맡기지 않는 편인데 송놀자가 있다면 고민없이 넘겨준다. 녀석이 없으면 고기도 굽고 사진도 찍어야 되고 먹기도 해야 되는데 제일 큰 일을 덜 수 있어 편하다. 해가 갈수록 우리가 친해지는 건 그래서 만은 아니지만.


▲ 마지막 불판의 모습


"마무리"

저녁을 먹고 온 딸랑구가 함께라 어른 3명이서 삼겹살 1kg는 많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거기다 함께한 송놀자는 보기보다 위가 크지 않아 많은 양을 먹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해냈다. 마지막에 약간 버겁긴 했지만 평소보다 선전한 송놀자와 원래 많이 먹는 우리 부부가 다 같이 힘을 합해 삼겹살 1kg을 다 먹어 버렸다. 


싼 가격이지만 질 좋은 삼겹살과 질 좋은 청정 미나리의 조합은 정말 최고의 궁합이다. 삼겹살의 느끼함을 향긋한 미나리가 잘 잡아주니 마치 생선회와 고추냉이 같은 관계가 아닌가? 과식을 하게 만드는 조합이라 평소보다 조금 많이 먹어 배가 부른만큼 마음도 불러온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우리집으로 자리를 옮겨 부른 배에 입가심 맥주까지 한모금 했다. 먹어가는 나이를 하루라도 잡고 싶었던 걸까? 점점 하루를 보내는게 아쉬워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봄이 가기 전에 환상적인 궁합을 천생산 입구에서 느껴봐서 보람찬 어느 봄날의 밤을 보내며..


http://sukzintro.net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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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구미시 인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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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중인격 정신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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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나리 향이 너무 좋을것 같아요 ^^

    2015.04.15 09: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아직 삼겹살이랑 미나리 같이 안먹어봄.....

    2015.04.16 19: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